하이브 일본 전략 논란, K팝 경쟁력의 확장인가? 축소인가? — 한국 주요기획사 '현지화 성공·실패' 사례 총정리

하이브가 일본에서 추진 중인 현지화 2.0 전략이 K팝 산업 전체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JYP·SM 등 국내 대형 기획사는 물론 해외 사례까지 비교해 심층 분석한 글입니다. 기업의 이익과 국가 문화 경쟁력 사이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지점을 짚어봅니다.

최근 컴백한 BTS 광화문에서 컴백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하이브제공.
최근 컴백한 BTS 광화문에서 컴백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하이브제공.


① 하이브 일본 전략, 뭐가 문제인가?

솔직히 말하면, 이 논란은 단순히 하이브가 일본에서 그룹을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K팝을 만들어낸 방법론과 노하우 자체를 일본에 이식해, 결국 J팝을 글로벌화시키는 데 한국이 주도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브는 현재 일본 법인 HYBE LABELS JAPAN을 중심으로 현지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대표적으로 앤팀(&TEAM)은 전원 일본인 혹은 일본 거주 멤버들로 구성돼 일본에서 데뷔했지만, 하이브의 K팝 제작 방식과 글로벌 유통망을 그대로 활용해 성장했다. 이들은 데뷔 1년 7개월 만에 아레나 투어를 성공시켰고, 이후 한국어 앨범 발매로 K팝 본진에까지 안착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이브 측은 이것을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이라 부른다. 간단히 말해 K팝이라는 특정 국가의 음악이 아니라, K팝을 만드는 시스템 자체를 세계 각지에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이 전략은 현재 미국(캣츠아이), 라틴아메리카까지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이 전략이 기업 차원에서는 명백히 합리적이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K파워의 원천인 문화적 차별성을 스스로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본은 단순한 신흥 시장이 아니다. 이미 강력한 자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가진 나라다. 거기에 K팝 제작 노하우와 글로벌 유통 인프라까지 얹어준다면, 장기적으로 K팝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우리 손으로 키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과거 한국 기획사들이 중국에 K팝 시스템을 전수했다가, 그 노하우를 흡수한 중국이 독자적인 아이돌 산업을 구축하고 한국 의존도를 줄인 사례는 이미 우리가 경험한 일이다.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 그게 이 논란의 본질이다.

② K팝 시스템 수출, 하이브만의 일이 아니다

하이브의 일본 전략이 조명받고 있지만, 사실 K팝 시스템의 해외 수출은 하이브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4대 기획사 모두가 이미 이 길을 걷고 있다.

엔터 업계에서는 K팝 세계화를 크게 3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 그대로 수출하는 방식, 2단계는 외국인 멤버를 한국 그룹에 편입시키는 방식, 3단계는 아예 현지에서 오디션을 열고 현지인으로만 구성된 그룹을 K팝 방식으로 육성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이 3단계가 업계 표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소니뮤직재팬과 손잡고 2020년 전원 일본인 걸그룹 니쥬(NiziU)를 데뷔시켜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에도 넥스지(NExT Z) 등 일본 현지화 그룹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중국에 WayV를 내놓았고, 영국 BBC와 협업해 영국인 멤버들로 구성된 디어 앨리스(Dear Alice)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CJ ENM은 일본 요시모토흥업과 합작해 라포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JO1, INI 등 일본 현지화 보이그룹을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즉, 하이브의 일본 전략은 업계 트렌드의 연장선이다. 다만 하이브가 가진 글로벌 인프라의 규모와 일본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잠재력이 결합됐을 때, 그 파급효과가 다른 기획사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집중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다.

③ 현지화 전략에서 성공한 기획사 3곳
기획사 대상국 그룹명 성공 포인트
JYP 일본 니쥬 (NiziU) 소니뮤직 합작, 오리콘 차트 1억 스트리밍 2회 달성. 전원 일본인 구성으로 현지 거부감 최소화.
SM 중국 WayV (웨이션브이) 한한령 속에서도 중국 QQ뮤직 인기 1위 달성. 아이튠즈 30개국 앨범 차트 1위로 중국 아이돌 역대 최고 기록.
CJ ENM 일본 JO1, INI 요시모토흥업 합작 라포네엔터. '프로듀스 101 재팬' 포맷 도입, 데뷔 전부터 대규모 팬덤 확보 성공.

JYP × 니쥬는 현지화 전략의 교과서적 사례로 꼽힌다. 단순히 노래만 가르친 게 아니라, K팝의 서바이벌 오디션 문법 자체를 일본 시장에 이식해 공개 전부터 팬덤을 형성했다. 박진영이 직접 일본 오디션 현장을 진두지휘한 '니지 프로젝트'가 방영되면서 멤버들 개개인의 서사가 시청자들에게 깊이 각인됐고, 그 결과 데뷔 전부터 화제성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SM × WayV는 한한령이라는 최악의 외부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케이스다. 중국 현지 합작 레이블 'Label V'를 설립해 중국 법인이 직접 매니지먼트를 맡게 하면서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한국 기획사가 보이지 않게 뒤에서 제작 노하우를 제공하고 현지 파트너가 앞에서 운영하는 이중 구조가 주효했다.

CJ ENM × 라포네의 경우는 전통적인 K팝 포맷인 '프로듀스 101' 방식을 일본에서 현지화한 것이 핵심이었다. 일본 시청자들이 오디션 과정에서 멤버를 직접 선발하는 구조 덕분에 데뷔 전부터 강한 팬덤이 형성됐고, JO1과 INI 모두 일본 오리콘 및 빌보드 재팬 차트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④ 현지화 전략에서 실패하거나 고전 중인 기획사 3곳
기획사 대상국 그룹명 실패/고전 이유
SM + 카카오 영국 디어 앨리스 (Dear Alice) BBC 다큐 방영까지 했지만 주요 시장에서 임팩트 부족. 서구권의 문화적 이질감, K팝 비주얼 문법과의 충돌이 한계로 작용.
JYP 미국 비춰 (VCHA) 리퍼블릭 레코드 협업으로 데뷔했으나 활동 중 미성년 멤버 건강 문제로 중단. 미국과 한국의 미성년자 연예 활동 정서 차이가 갈등 야기.
JYP 중국 보이스토리 (BOY STORY) 텐센트와 손잡고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중국 내 자생적 아이돌 산업 성장과 한한령 여파로 기대만큼의 성장 한계에 직면.

실패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공통된 패턴이 있다. 지리적·문화적 거리가 멀수록 K팝 시스템의 이식 효과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외모 문화적으로 유사한 지역에서는 K팝 방식의 비주얼·퍼포먼스 공식이 잘 통했지만, 서구권에서는 그 공식이 그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게 이미 여러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

SM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영국 문앤백(MOON&BACK)과 함께 만든 디어 앨리스는 BBC One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됐지만, 실질적인 팬덤 형성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K팝 특유의 '칼군무', 한국식 화장과 비주얼 문법에 대한 서구권 팬들의 시선이 아직 아시아권처럼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보이스토리의 사례는 또 다른 교훈을 준다. 중국에서 K팝 시스템을 배운 후, 중국은 그 노하우를 흡수해 자국 아이돌 산업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켰다. 한국 기획사들이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 시장에 기여하는 동안, 중국은 점차 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갔다. 이게 바로 지금 일본에서의 하이브 전략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기도 하다.

⑤ 기업 이익 vs 국익, 어디서 선을 그어야 하나

이 논란을 단순히 '하이브가 나쁜 짓을 했다'는 식으로 보면 사안의 복잡성을 놓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하이브의 전략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일본 법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결국 한국 본사로 귀속되고, 이는 국내 고용 창출과 세수 증대로 이어진다. 하이브재팬은 이미 연매출 2,760억 원을 기록하는 수익성 높은 사업체다.

그러나 문화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다르다. K팝의 진짜 자산은 음원 수익이나 공연 매출만이 아니다. K팝이 전 세계에 확산될수록 한국어 학습 인구가 늘고, 한국 관광객이 증가하며, 한국 상품과 음식,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함께 올라간다. 이 선순환 구조가 'K파워'의 본질이다. 하이브가 J팝을 글로벌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 K파워의 일부가 일본으로 흘러들어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수익을 냈다'는 사실과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사실은 반드시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가?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이 국익을 훼손하면서 수익을 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사회가 인식하고 논의하는 일은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하이브가 일본에서 J팝을 키우더라도, 그 과정에서 K팝 고유의 정체성과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소비되고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는지, 아니면 K팝의 껍질만 빌려 일본 엔터테인먼트를 글로벌화하는 도구로 전락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K팝이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그 정체성이 희석되는 순간, 우리가 지켜온 것들이 무엇을 위해 쌓아온 것인지 다시 물어봐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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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건 그냥 된 게 아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제작 시스템, 콘텐츠 퀄리티, 팬덤 문화, 그리고 '한국적인 것'이 지닌 고유한 매력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그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느 선까지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금 이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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